마치 비처럼…미세플라스틱 年 2500만톤, 바다로 떨어진다

중앙일보  2022.05.11 15:30 강찬수 기자 

그리스 아테네 미세플라스틱.jpg

그리스 아테네 근처의 그리스 해양연구센터에서 한 생물학자가 바다 생물 체내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매년 하늘에서 전 세계 바다로 떨어지는 미세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이 연간 최대 2500만 톤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 미세·나노플라스틱 중에는 도로에서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발생한 것도 있고, 농경지에 흩어져 있다가 흙과 함께 바람에 날린 것도 있다. 공기 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사람이 살지 않는 극지방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보다는 크고 5㎜ 미만인 플라스틱 입자를, 나노플라스틱은 지름이 1㎛ 미만인 것을 말한다.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을 비롯해 미국·폴란드·노르웨이 등 국제 연구팀은 10일(현지 시각) '네이처 리뷰스 지구와 환경'에 '해양-대기 환경의 미세플라스틱 및 나노플라스틱'이란 제목으로 기존 연구들을 분석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한국해양과학원위해성분석연구센터 심원준 책임연구원이 논문 저자로 참여했다.

농경지에서 날리는 것만 분당 1만6000톤

연구팀은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이 1100만㎢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농경지에서 흩어져 있다가 바람을 타고 대기 중으로 들어가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양이 전 세계적으로 분당 900~1만6000톤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강풍으로 토양 풍식(風蝕)작용이 일어날 경우는 훨씬 더 많은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대기로 날려갈 수 있다.

자동차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에서도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그 중 최대 40%는 대기로 들어간다. 초기 연구에서는 도로 1㎞에서 연간 6톤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배출된다고 보고됐지만, 기상학적 요인이나 도로·차량의 특성 등에 따라 배출량이 큰 차이를 보인다.
전 세계에서 연간 15만~430만 톤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나와 대기로 배출된다.
실내에서는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도 관찰되는데, 공기를 거쳐 바다에 떨어지는 섬유 미세플라스틱도 연간 7~33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육지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바다로 날려가면서, 바다 위 대기 중에서는 ㎥당 0.06~1.3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중국 베이징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이 ㎥당 최대 5700개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적지만, 조건에 따라서는 더 많이 검출될 수도 있다.

바다에서 다시 대기 중으로 가는 것도 

논문에서는 해양에 가라앉는 미세·나노플라스틱 양과 바다의 면적을 고려하면, 연간 최대 1000만 톤의 미세플라스틱과 최대 1500만톤의 나노플라스틱이 가라앉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1000만톤이라는 양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3% 수준이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1%에 해당한다. 또한 강을 거쳐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추정량인 400만~1300만 톤과도 견줄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비해 모델을 통해 해양 침적량을 1만3000톤으로 추정한 연구도 있다. 바다로 들어간 미세·나노플라스틱 가운데 상당량은 파도가 부서지면서 미세한 물방울을 뿜는 '바다 스프레이'나 거품의 파열 분출을 통해서도 대기 중으로 다시 재분산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대기에서 해양으로 침적되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1만3000~25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해양에 들어간 미세·나노플라스틱은 바닷물이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도록 해서 바다 온난화로 이어지고, 생태계에도 여러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양-대기 사이의 미세·나노플라스틱 이동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 차원에서 대기 중 농도, 침적량, 해양에서 대기로의 배출량과 속도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세계 곳곳의 관측 장소에서 여러 해에 걸쳐 대기 중의 미세·나노플라스틱 농도와 이동속도 등을 관측하는 글로벌 장기관측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3억6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현재 추세대로면 2040년에 연간 최대 8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한-프랑스 플라스틱 토론회도

한편, 지난 10일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주한프랑스대사관과 함께 '플라스틱 오염 더 나은 순환 경제를 위하여'란 주제로 국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프랑스 남브르타뉴 대학의 스테판 브뤼조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플라스틱 오염은 생태계와 사람 건강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관광업이나 수산양식업, 선박 항행 등과 같이 사회경제적 영향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브뤼조 교수는 "유럽 하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고 환경을 복원하는 데 2억6000만 유로(약 3500억 원)가 들어가고, 전 세계 하천을 청소하는 데는 120억 유로(약 16조 원)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소속의 그레고리 아르넬 북아시아 구매·개발 디렉터는 주제 발표에서 "로레알은 2020년부터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2030년까지 포장재를 20% 감축하고, 포장재를 바이오 기반 원료로 대체해 퇴비화·재활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아르넬 디렉터는 "화장품 샘플 포장을 5mL에서 10mL로 바꿔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샴푸·린스도 병과 펌프를 같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해 재활용이 쉽게 했다"고 설명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기중미세플라스틱 체취실험.jpg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채취 실험.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한국해양과학원.jpg
한국프랑스 플라스틱 토론회.jpg

10일 열린 한-프랑스 플라스틱 토론회에서 프랑스 남브르타뉴 대학의 스테판 브뤼조 교수가 영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구들박사로고및글자.png
k%EC%A0%9C%EB%84%88%EB%A0%88%EC%9D%B4%EC
IMG_6035.PNG.png